‘국제영화제’라는 텍스트가 주는 몇 가지 숙제

기획 / 김귀임 기자 / 2019-10-21 11:02:12
[심층분석] 미리 점쳐보는 울산국제영화제의 가능성
▲ ‘울산국제영화제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중간보고회 및 제3차 자문위원회’ 모습.


‘오마주(Hommage)’와 ‘클리셰(cliche)’는 한 끗 차이다. ‘인용’이라는 틀에 존경 혹은 진부함이 판을 가른다. 울산시(시장 송철호)가 추진하고 있는 울산국제영화제는 어느 쪽일까. 현대에 이른 국내 영화제는 예술적 심상의 강화보다는 지자체의 홍보성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성을 가진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산악영화제 등도 이제는 의미가 모호해진 것이 사실이다. 특색을 담지 못하면 ‘울산국제영화제’ 역시 비극을 피하지 못한다.

울산국제영화제, 2020년 8월 첫 개막
영화적 소통 및 지역 특색 고루 갖춰야
울주세계산악영화제, BIFF 등 행보 주목

# ‘00국제영화제’의 시작에 앞서
또 하나의 ‘00국제영화제’ 노선이 열렸다. 2020년 첫 시작을 앞둔 울산시는 2019년 새롭게 시작한 강릉국제영화제의 뒤를 이어 ‘00국제영화제’의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영화인들에게는 그야말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견이 분분한 이유는 국내의 ‘국제영화제’가 지닌 여러 모순점 때문이다.


영화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문화생활 중 하나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때로는 자문을 구하고, 때로는 고발의 현장에 서기도 한다. 물론 일부 상업적 영화로 불쾌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하나의 문화로 서고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시민들이 영화에 개입하는 방법은 한정적이다. 대부분의 국제영화제는 영화의 상영을 통한 축제의 장 형성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감독이 직접 나서 질의응답의 시간을 갖는 ‘GV’가 마련돼 있지만 그것 역시 일부 참석 감독에 한해서다.


영화라는 매개체는 축제 이전부터 존재한다. 미리 만들어진 각양각색의 영화들은 자신들만의 영화적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영화제’에 모인다. 그러나 ‘00’이라는 지역이 담긴 네임벨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미리 만들어진 영화를 축제의 주체로 서게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흔히 갈라쇼, 특별 체험전 등이 구축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어느 영화제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즉, 성공한 국제영화제를 이끌기 위해서는 ‘영화적 소통’과 ‘지역적 특색’이 고루 갖춰져야 한다. 

 

▲ 18일 열린 태화강 국가정원 선포식. 울산시는 태화강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울산국제영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 2020년, 울산시의 새로운 도전
울산시는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에 이어 국제영화제로 문화·관광도시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는 당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예측했듯이 영화제의 정식 명칭은 ‘울산국제영화제(UIFF)’다. 


오는 2020년에 열리는 울산국제영화제는 타 국제영화제와의 차별성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

 

시는 이러한 여론을 인식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통해 지속가능한 문명 발전 추구, 울산의 르네상스 실현’으로 콘셉트를 정했다. 


콘셉트에 걸맞게 울산의 대표적 문화 공간에서 영화제의 거점이 마련된다. 장소는 태화강 국가정원 야외상영장을 중심으로 울산문화예술회관, 중구 영화관 등이다.


시는 그간 시행된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내년 8월27일부터 9월1일까지로 영화제 기간을 확정했다. 


총 40개국 150여 편이 상영될 예정이며 영화제 개최에 따른 생산 유발효과는 102억원으로 추산된다. 또한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약 44억원, 취업 유발효과는 1260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는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영화연구소에 용역을 맡기는 등 울산국제영화제 개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12월까지 독립적인 추진기구인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1월까지 집행위원회와 선정위원회, 사무국을 설립할 계획이다. 

 

▲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개막식 모습.

# ‘자연’ 내세운 위프… 참신함은 “글쎄”
이미 국내에는 수많은 국제영화제가 자리하고 있다. 울산 역시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존재한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역시 넓은 의미에서는 현 울산국제영화제의 콘셉트와 겹친다. 


앞서 울산국제영화제는 ‘환경’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한 ‘울산국제환경영화제’라는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울산을 대표하는 영화제가 개성을 살리지 못한 채 두 개가 될 경우 혼란만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속적으로 울주세계영화제와의 통폐합을 고려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울주군(군수 이선호)은 내년부터는 봄인 4월에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우리는 흔히 말하는 국내 ‘성공한’ 영화제를 꼽자면 당연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꼽는다. 


22회~24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스태프로 활동한 관계자는 울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새로운 출발’이라고 평했다. 과거 부산이 그랬듯 울산 역시 지방도시라는 틀을 벗고 세계를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울산시 역시 부산국제영화제를 모티브로 중소형 영화제로 시작해 5년 이내에 부산국제영화제 규모인 300편 정도의 대규모 영화제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다만 현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은 120억 규모로 알려진데 반해 울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은 21억 규모로 축소됐다. 


울산과 부산 간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 것도 하나의 고민거리다. 양 국제영화제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면 아무래도 부산국제영화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여러 숙제를 안은 울산국제영화제. 근원적인 콘셉트 안이 벌써 나온 시점에서 이를 풀어내기 위한 독창적인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김귀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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