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다리 건넌 반려동물 위한 ‘마지막 인사’

기획 / 서소희 기자 / 2020-01-23 13:37:12
반려동물 장례문화

▲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보낸 반려인들은 봉안당에 유골함을 안치하고 추억을 되새긴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삶의 길이는 다르기에 영원한 이별, ‘죽음’은 피할 수 없다. 반려동물의 죽음이 주는 상실감에, 좀 더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펫로스 증후군’을 앓는 반려인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 고독한 현대인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줬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일이란 쉽지 않다. 이렇듯 무조건적인 사랑의 원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마지막 순간을 정리하는 장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장례문화 확산
울산에도 첫 반려동물 장례식장 등장
수요에 비해 동물장묘업체 턱없이 부족


펫코노미 시대, 반려동물 위해 지갑 여는 펫팸족

다섯 집 건너 한 집은 반려동물이 사는 시대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고 고령화가 급진전되면서 동물을 인생의 반려자로 여기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Pet+Family)들은 경기 침체에도 반려동물을 위한 돈을 아끼지 않는다.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반려인들이 증가하면서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식품, 제약, 유통기업들도 잇따라 펫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펫코노미’ 시장은 2020년 기준 6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아웃도어·커피·의료기기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과거 반려동물을 위한 소비는 사료 구입에 한정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반려동물 ‘삶의 질’ 변화를 위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인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의 기대수명을 늘리기 위해 의료서비스가 발전하고 있으며,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또 휴가 시즌 반려동물을 집에 방치했던 과거와 달리 반려동물 숙박서비스의 등장으로 마음 편한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펫코노미 시장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반려동물 장례서비스가 손꼽히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추모의식을 진행하려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리도록 규정돼 있다.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그렇게 보낼 수는 없기에 대부분의 반려인들은 장례서비스를 선택하고 있다.

울산 유일 반려동물 장례식장 ‘이별공간’

 

▲ 울산 유일 반려동물 장례업체 '이별공간'에는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위한 다양한 꽃장식 침대, 유골함 등이 마련돼 있다.


“동물을 뭐하러 장례까지 치러? 다른 애 하나 더 데려와”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더이상 동물은 ‘애완용’이 아니다. 단지 인간의 만족을 위한 수단이 아닌 가족처럼 함께하는 반려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을 함께한 가족이 눈을 감았을 때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일 것이다.

울산시(시장 송철호)에는 2018년까지만 해도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의 장례식장이나 화장장 역시 혐오 시설로 인식돼 인근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거센 만큼 동물 장묘시설 또한 반대 의견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소송까지 진행됐던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2018년 10월, 드디어 문을 열었다. 울산시 울주군에 위치한 반려동물 장례식장 ‘이별공간’은 오랫동안 함께 해온 반려동물과의 이별준비를 도와주는 반려동물 전문장례업체다.

 

▲ 반려동물의 염습이 끝나면 반려인은 따로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장례예식 절차는 사람 장례예식 절차와 비슷하다. 가장 먼저 진행되는 절차는 염습으로,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잔변이나 잔뇨 및 혈흔을 닦아준다. 염습을 마친 후에는 추모절차를 통해 보호자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장례식이 끝난 후에는 화장절차를 진행하며, 개별화장을 마친 후에는 유골을 수습해 분골 후 유골함에 담아 보호자에게 인도한다.

‘이별공간’은 동물장료업 등록제에 의거, 적법한 동물 전용 장례시스템과 용품을 갖추고 국가의 승인을 받은 정식등록업체다. 그러나 반려동물 화장을 불법으로 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이용하고자 하는 장례식장이 정식등록업체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등록된 반려동물 장례식장 총 41곳뿐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의 죽음을 표현하는 단어)를 건너면 사체는 3가지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하거나 동물병원에 위탁해 의료폐기물로 처리한다. 마지막 방법이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위해 동물장묘업체를 찾지만, 2019년 기준 등록된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41곳뿐이다.

이렇다 보니 장묘시설이 없는 지역에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주로 생활폐기물로 버리거나, 근처 산에 불법으로 묻어주는 방법을 선택한다. 뿐만 아니라 장묘시설이 없는 지역에서는 불법 이동식 동물장묘업체가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정부에서 불법 이동식 화장업체를 단속하고 있지만 현장을 잡기는 어렵다.

반려인들은 더 많은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원하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이 동물장묘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설립을 반대해 설립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려동물 인구는 곧 1500만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 생을 마감하는 반려동물 숫자 또한 점점 늘어날 것이다. 장묘시설 건립 문제에 앞서 우선되어야 할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다. 반려동물 관련 시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시키고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할 때다.

서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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