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무인화 시대, 소외당한 노인은 어떡하나

기획 / 김승애 기자 / 2019-07-18 13:48:54
■디지털 세상, 모두에게 평등할까

세계가 주목하는 크리에이터인 ‘박막례 할머니’도 두려워한 것이 있다. 바로 한 패스트 푸드점의 무인기기. 할머니는 동영상에서 “햄버거를 먹고 싶어도 무인 기계가 있어서 못 먹는다”고 말했으며, 주문에는 성공했지만 원하는 메뉴를 먹지는 못했다. 간편함을 찾아 도입된 ‘무인화 시스템’은 디지털 약자인 노인들에게는 또 다른 삶의 차원이기만 하다.

실버세대에 무심코 찾아온 디지털 소외
모바일뱅킹, 키오스크… 세상은 디지털 천국
디지털 ‘활용’과 ‘비판적 수용’ 접점 교육 주목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노인들도 배워야 할 것들이 아직 너무 많다.

사람 아닌 기계, 노인은 어색하다

현금이 없어진다. 아이들에게 잔돈으로 셈을 가르쳐주는 일은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카드와 키오스크의 사용법을 알려줘야 옳은 시대가 도래했다. 햄버거 가게, 우동집, 심지어 약국에서도 우리는 무인화 기기를 만났다. 덕분에 키오스크 시장은 지난 10년간 4배나 성장했다.

키오스크 보급 속도가 빨라진 데는 환경적인 조건과 기업들의 이익이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기계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택배는 당일배송, 식당에 들어서면 주문을 받아야 한다. 기다리는 건 답답해졌다. 그래서 무인화는 절대 빠르지 않지만 ‘셀프’ 서비스로의 확장이 이루어진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키오스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모습이다. KFC는 2017년 키오스크를 처음 도입한 후 불과 1년 만인 지난해 특수매장을 제외한 모든 일반 매장에 키오스크 설치를 마쳤다. 롯데리아는 전체 1347개 매장 중 873개(64%) 매장에, 맥도날드는 420여 개 매장 중 260개(61%) 매장에, 버거킹은 345개 매장 중 210개(60%)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키오스크는 데이터 전쟁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다. 각 기업이 키오스크를 사용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다. 키오스크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는 돈이 된다.

 

▲ 박막례 할머니의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 동영상은 조회수 69만 회를 기록했다. (출처=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캡쳐)


하지만 기술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는 분명해야 한다.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동영상인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은 조회수 69만 회를 기록했다. 조회수의 의미는 기술이 주는 메시지다. 기술은 사람을 향해야 하고,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기기 이용이 능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의 경우 사람 없는 점포가 불편하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50대 선호도는 22%로 42%인 20대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낮았다. 또한 50대는 키오스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비율도 59.2%로 가장 저조했다.


또한 기존 대형마트나 상점 등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무인화로 일터를 잃을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대형마트 점포 직원들은 본사가 무인결제이용을 도모하며 직원들을 감축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내 산업계에 무심코, 피할 수도 없게 깊이 자리 잡은 무인화. 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소외당하게 된다

박외자(67·경주시 외동읍) 씨는 아들과 손녀를 보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경주와 울산을 오간다. 그 거리는 버스로 1시간30분 이상 걸리며, 기차를 타면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기차표를 미리 사지 않으면 탈 수 없어 항상 버스를 이용한다. 젊은 사람은 코레일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으로 5분이면 간단하게 예약하지만, 박 씨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스마트폰도 아직 이용하지 않는다. 겁이 난다. 손녀와 영상통화를 하고 싶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자 했지만 작동 방법을 터득해도 하루가 지나면 다시 배워야 한다. 점차 몸도 마음도 늙어가는 것 같아 종종 머쓱해진다.

간단히 먹고사는 문제를 벗어나 디지털 소외는 삶의 질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스마트폰 이용을 잘한다는 일부 노인들도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정도로 그친다. 노인들에게 중요한 은행 서비스, 기차 예약 등 디지털 활용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른 걱정일 수는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1955년생~64년생)가 노인이 되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를 위해, 힘을 가진 자들의 이익을 위해 약자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았다. 현재 노인에게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고, 공공서비스에 ‘노인 쿼터(할당제)’를 두고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울산 스마트미디어교육연구소에서는 4차산업혁명을 위한 코딩작업 및 1인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울산시(시장 송철호)에서는 노인 디지털 소외를 해소할 만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울산시를 포함한 구·군청, 평생교육 기관에서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해 교육 프로그램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기기 전반에 대한 활용법을 알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는 부족하다.

 

▲ 울산 북구 새장터2길 14에 위치한 울산 스마트미디어교육연구소는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 활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울산 북구 새장터2길 14에 위치한 울산 스마트미디어교육연구소는 소상공인, 농·축산인 등 1인 미디어를 중심으로 블로그, 유튜브, SNS 마케팅 등 전 분야의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면서 미디어에 소외된 이들을 돕고 있다.

또한 4차산업혁명에 직면한 노년층을 위한 교육도 진행되고 있다. 코딩과 접목한 교육을 이용해 대상자의 특성에 맞춘 교육을 수업으로 ‘모두를 위한 미디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승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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