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따라 소비하는 채식 문화…비거니즘 주도하는 2030

기획 / 김승애 기자 / 2020-10-15 14:31:49
■채식,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시대의 흐름 중 하나인 비건은 일상 속 깊숙하게 파고 들었다. 인류의 자연 파괴와 이로 인해 발생한 기후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의 원인이 됐다는 이야기 또한 소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가치 소비 중 하나인 채식은 MZ세대를 확실히 사로잡았다. 이제는 ‘필(必) 환경’을 넘어서 신념 그리고 가치관이 됐다. 

 

국내 채식 인구, 150만 이상 추정
외식업 넘어 의류‧뷰티업계도 비건 열풍
교육청‧군대에서도 채식 허용…인식 높아져

■장벽 낮아진 비건, 편의점서도 볼 수 있다

#직장인 A(26) 씨는 자본주의와 육식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간헐적 채식을 하기로 다짐했다. A 씨는 “동물 생명권의 중요성과 더불어 육식을 강요하는 세태가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육식은 완전히 제한할 수 없지만 ‘주말 채식’을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비건은 다양하게 분류돼있다. 우리가 아는 비건은 동물로 만든 모든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 또는 그 행위를 일컫는다. 먹는 것부터 입고 쓰는 것도 포함이다.

‘채식의 강도’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르다. 어류를 예외적으로 섭취하면 페스코, 가금류를 먹으면 폴로, 유제품을 먹으면 락토, 달걀을 먹으면 오보 등으로 구분하고, 종류를 가리지 않고 가끔 육식하는 사람을 플렉시테리언이라 부른다.

현재의 채식은 많이 달라져있다. 공적인 약속이 많은 평일보다 혼자서 채식을 실천하는 ‘주말 비건’, 채식을 굳이 티내지 않는 ‘클로짓 비건’등 비건의 형태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특히 ‘주말 비건’은 비틀스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가 실천한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에서 착안한 행동이다. 사실 육식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평일보다 주말에 채식을 실천하기 더 쉽다.

이제는 채식이 어렵지 않다. 비건을 소비하는 MZ세대가 기업들의 주 타겟층이 되면서 선택지 또한 늘어나고 있다.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업계만 봐도 그렇다.  

 

▲ 지난해 11월에는 편의점 CU에서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내놨다. 해당 제품군에는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단백질 고기를 넣었다. 가격대도 기존 편의점 간편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해 대중화를 꾀했다.


롯데리아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동물성 재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미라클 버거’를 선보였다. 지난해 11월에는 편의점 CU에서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내놨다. 해당 제품군에는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단백질 고기를 넣었다. 가격대도 기존 편의점 간편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해 대중화를 꾀했다.

이는 건강과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이 퍼지며 채식 인구가 급증한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비건은 점차 메가 트렌드가 돼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학교‧군대 등 단체 생활서도 비건 실천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먹기 싫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고통을 마주할 때가 있다. 특히 학교, 군대처럼 단체 공공 급식이 행해지는 곳에서 육식을 제외하기는 더 어렵다. 그런데 이제 군대에서도 ‘비건 급식’이 가능해졌다. 국방부가 올해부터 군대 급식에서 육류 대신 과일이나 두부를, 우유 대신 두유를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채식주의자들은 헌법재판소에 공공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권위도 2012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교도소 내 채식 식단을 보장하라고 제기한 진정 사건에 대해 “교도소가 채식주의 신념을 지닌 수감자의 요구에 대해 답하지 않은 것은 인권침해가 맞다”며 합리적 식단 배려 등 적절한 처우를 요청한 바 있다.


▲울산시교육청(교육감 노옥희)도 10월부터 초·중·고교 학생 '채식 선택 급식'을 보장하고, '고기 없는 월요일'도 함께 추진한다. 출처: 한국고기없는월요일 대표 블로그.


울산시교육청(교육감 노옥희)도 10월부터 초·중·고교 학생 '채식 선택 급식'을 보장하고, '고기 없는 월요일'도 함께 추진한다.

시교육청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생태환경교육의 목적으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10월부터 개별상담을 통해 학생의 ‘채식 선택 급식’을 보장한다. 환경·윤리·종교·건강·동물복지 등 다양한 이유로 육식을 하지 않는 학생을 고려해 채식할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채식을 선택한 학생에게 급식 때 고기 대신 대체 음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7월부터 월 1회 ‘채식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육류 위주의 편중된 식단을 육류와 채식의 균형적인 식단으로 개선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또한 시교육청은 학생들에게 채식이 자칫 ‘맛없는 급식’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학교 유휴지를 활용한 텃밭 가꾸기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채식, 환경까지 지키는 나와의 약속

비건 기획을 하면서 짧게나마 비건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하루에 한 끼라도 채식을 유지했다. 회사 근처 주변 식당들의 메뉴가 지겨워서도 있었다.


▲먼저 써브웨이에서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샌드위치 얼터밋 썹을 먹어보았다. 얼터밋 썹에 들어가는 콩고기는 식물성 단백에 슈퍼푸드 곡물을 더해 영양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써브웨이에서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샌드위치 얼터밋 썹을 먹어보았다. 얼터밋 썹에 들어가는 콩고기는 식물성 단백에 슈퍼푸드 곡물을 더해 영양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샌드위치의 맛은 콩고기를 접해보지 않아서 두렵기도 했지만 바비큐 소스로 친숙했다. 다만 일반 닭가슴살이나 스테이크가 들어간 샌드위치보다 포만감이 덜한 느낌이 들었다.


▲울산 남구에 위치한 B 분식점에서는 밥 대신 달걀지단이 들어간 키토김밥을 맛볼 수 있다.

이튿날에는 울산 남구에 있는 분식집에서 키토김밥을 배달해 먹었다. 키토는 ‘키토제닉 식단’의 줄임말로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상태를 키토시스라고 한다. 키토김밥은 쌀밥이 한 톨도 들어가지 않는다. 밥 대신 노란 달걀지단으로 꽉 차 있다.

키토김밥이 탄수화물을 덜 섭취할 수 있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맛이 훌륭하다. 가늘게 채 썰어 넣은 지단 덕분에 포슬포슬 보드랍게 씹히는 식감이 독특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채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인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기업들도 이러한 문화에 맞춰 제품 개발, 가치관 변화 등 다방면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애 기자

[ⓒ 울산종합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